폐업은 부도가 아니다 — 소상공인 신용평가와 상권 정보의 활용
— 서울시 1,645개 상권 · 12만여 관측으로 확인한 세 가지 규칙성과, 그것을 신용위험으로 옮길 때 생기는 제약
📌 3줄 요약
- ① 폐업은 영업의 중단이고 부도는 상환의 불이행입니다. 겹치는 구간은 있으나 같은 사건이 아닙니다.
- ② 재무정보를 일절 쓰지 않고 공개 상권 자료만으로 영업 소멸 신호를 표본외 AUC 0.757로 지목했습니다.
- ③ 관측된 폐업을 그대로 부도로 보면 위험은 과대추정됩니다. 그 과대추정분만 걷어내도 심사 기준을 완화하지 않은 채 승인 가능한 차주는 늘어납니다.
출처 : 이현탁(가천대학교 금융·빅데이터학부 조교수) · 최병근(주식회사 RenaAi 대표이사), 「소상공인 신용평가와 상권 정보의 활용 — 폐업과 부도의 구분을 중심으로」,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 제86호(2026년 여름호, 8월 말 발간 예정) 논단. 아래는 그 요약입니다. 논단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로 여신금융연구소의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개인사업자는 국내 중소기업의 약 87%를 차지하지만, 신용평가에서는 가장 적은 정보로 판단되는 집단입니다. 과거 상환 이력과 담보라는 두 칸이 비어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니라, 기존 평가가 참조하는 항목과 이들이 가진 기록이 어긋나 있는 것입니다.
그 공백을 오랫동안 대신해 온 자료가 폐업 정보입니다. 폐업이 잦은 업종은 위험 업종으로, 폐업이 빈번한 지역은 기피 상권으로 분류되어 왔습니다. 이 논단은 그 관행의 출발점을 다시 봅니다.
1폐업과 부도는 같은 사건이 아니다
권리금을 회수하고 은퇴한 경우, 재계약에 실패해 인근으로 점포를 옮긴 경우,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정리한 경우는 공개 자료에서 똑같이 '점포 수 감소' 한 줄로 관측됩니다. 그러나 여신의 눈으로 보면 첫째는 상환이 끝난 뒤의 정리이고, 둘째는 상환이 계속되는 가운데의 이전이며, 셋째만이 상환 실패에 가깝습니다.
이 구분이 생략될수록 부담은 금융이력이 부족한 사업자에게 먼저 돌아갑니다. 보수적으로 거절하면 정상 상환했을 차주를 잃고, 완화적으로 승인하면 부실을 떠안습니다. 그런데 앞의 손실은 어떤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뒤의 손실만 손익계산서에 남습니다. 실무의 유인이 구조적으로 한쪽에 기울어 있는 이유입니다.
2무엇을 보았나 — 차주가 아니라 입지를 본다
관찰의 단위를 개별 사업체에서 '상권 × 업종 × 분기'로 옮겼습니다. 차주 개인의 사생활을 더 들여다보지 않으면서, 그가 놓인 시장 여건을 보는 방법입니다.
| 항목 | 내용 |
|---|---|
| 자료 출처 |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정보 |
| 관측 단위 | 상권 × 업종 × 분기 |
| 분석 대상 | 서울시 1,645개 상권 · 점포 534,978개를 좌표 변환해 정합 |
| 분석 기간 | 2019년 1분기 ~ 2026년 1분기 (29개 분기) |
| 관측 수 | 122,240개 |
| 대상 업종 | 한식음식점 · 커피/음료 · 호프/간이주점 · 양식음식점 · 일반의원 · 일반교습학원 |
| 추정 방법 | 이산시간 다기간 해저드 모형 |
| 사용하지 않은 것 | 기업의 재무정보 (일절 사용하지 않음) |
3발견 ① 모여 있을수록 덜 문을 닫는다
가장 설명력이 컸던 지표는 개별 점포의 매출이 아니라 같은 상권 안 동일 업종 점포의 집적도였습니다. 표준화 계수 -0.56으로, 집적도가 높을수록 폐업이 적게 관측됐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곳일수록 위험하다는 통념과 반대입니다.
같은 업종이 모이면 손님은 개별 점포가 아니라 그 상권 자체를 목적지로 고릅니다. 임대차와 인력, 납품 시장도 함께 형성돼 한 점포가 빠져도 대체가 빠릅니다. 반대로 업종이 흩어진 곳에서는 한 점포의 이탈이 곧 그 수요의 소멸이 됩니다.
다만 '집적 상권은 안전하다'는 규칙으로 바꿔 읽으면 안 됩니다. 집적은 임대료를 올리고 임대료는 고정비를 키웁니다. 임대료가 매출보다 빠르게 오르는 국면에서는 집적이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4발견 ② 매출의 크기보다 흔들림이 먼저다
두 번째는 매출의 수준이 아니라 변동성이었습니다(변동계수 표준화 계수 +0.36). 매출이 계속 낮은 상권보다, 어떤 분기엔 크게 늘고 어떤 분기엔 공백이 생기는 상권에서 폐업이 먼저 나타났습니다.
기업 신용위험 연구에서 부도를 앞서 알리는 것이 주가의 수준이 아니라 주가의 변동성이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Campbell 외, 2008). 매출이 평탄한 사업자는 임차료와 인건비를 그 수준에 맞춰 짤 수 있지만, 진폭이 큰 사업자는 성수기 현금으로 비수기를 메우는 구조가 되고 그 구조는 한 번의 공백에 약합니다.
실무로 옮기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확인 기간 — 연 단위 합계 대신 분기별 흐름을 함께 봅니다. 다른 하나는 질의의 내용 — 진폭이 큰 사업자에게는 매출 규모를 다시 묻기보다, 성수기 현금을 어떻게 운용하고 공백기를 무엇으로 메우는지를 묻는 편이 유효합니다.
5발견 ③ 같이 흔들리는 업종이 더 위험하지는 않다
한 상권에서 폐업이 늘면 인접 상권에서도 비슷한 일이 뒤따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입이 쉬운 업종에서 이 동조가 뚜렷했고, 자격과 인허가가 개입하는 업종에서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 업종 | 동조 지수 | 95% 신뢰구간 |
|---|---|---|
| 한식음식점 | 2.39 | [2.31, 2.47] |
| 커피 · 음료 | 1.76 | [1.69, 1.82] |
| 호프 · 간이주점 | 1.50 | [1.43, 1.57] |
| 양식음식점 | 0.90 | [0.83, 0.98] |
| 일반교습학원 | 0.84 | [0.79, 0.89] |
| 일반의원 | 0.26 | [0.21, 0.30] |
그런데 동조가 강한 업종의 위험이 더 높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진입이 쉬운 업종은 충격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빈 자리도 빠르게 채워집니다. 동조는 취약성이 아니라 시장의 두께를 나타내는 지표에 가깝습니다.
이 지표를 '전파'가 아니라 '동조'라 부른 이유가 있습니다. 분기 자료에서 폐업은 같은 시점에 군집해 나타나지만, 시차를 두고 번지는 방향성 있는 확산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는 '전파가 없다'가 아니라 '이 해상도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같은 현상을 일 단위 폐업일로 다시 재면 같은 건물·같은 업태에서 1.85배로 관측되고, 그 자료를 분기로 뭉개면 1.585배로 떨어집니다. 분기 집계가 신호의 3분의 1을 지웁니다.
그래도 실무에서 쓸모가 있는 것은 확인의 방향을 갈라 주기 때문입니다. 인접 상권에서 같은 변화가 함께 보이면 사업자의 역량보다 지역의 여건을 먼저 확인합니다. 한 곳에서만 보이면 점포 이전이나 계약 종료 같은 개별 사정을 확인합니다.
6세 지표를 합치면
집적도와 매출 변동성, 동조 수준을 함께 쓰면 다음 분기에 어느 상권에서 영업 소멸 신호가 날지를 어느 정도 미리 지목할 수 있습니다. 신호가 난 상권과 나지 않은 상권을 무작위로 뽑아 비교했을 때 약 4분의 3에서 위험이 높은 쪽을 맞혔습니다(표본외 AUC 0.757, 표본내 0.718). 재무정보는 한 줄도 쓰지 않았습니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지목의 대상입니다. 여기서 지목되는 것은 상권과 업종의 조합이지 개인이 아닙니다. 2026년 1분기 기준 서울시 4,985개 조합 가운데 주의·위험 구간은 0.5%인 25개뿐이었습니다. 조기경보의 효용은 넓게 경고하는 데 있지 않고, 이 소수 구간을 미리 가려내는 데 있습니다.
7왜 이 구분이 곧 포용금융인가
관측되는 폐업에는 다섯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공개 집계자료는 이 다섯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 구분 | 여신 관점의 성격 | 공개 자료상 식별 |
|---|---|---|
| 부실 정리 | 상환 실패에 근접 | 불가 |
| 자진 양도 | 상환 종료 후의 정리 | 불가 |
| 이전 | 상환이 지속됨 | 불가 |
| 업종 전환 | 계약 조건만 변경 | 불가 |
| 행정 지연 | 신용 사건에 해당하지 않음 | 불가 |
자진 소멸까지 부도로 산입한 모형은 부도확률을 실제보다 높게 추정합니다. 그 결과는 통계상의 오차로 끝나지 않습니다. 부도에 이르지 않았을 사업자가 부도로 분류되어 거절되거나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됩니다. 정교한 추정이 오히려 정책 목적에 반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 구분은 소극적인 제약이 아닙니다. 관측된 폐업을 사유별로 갈라 부실 정리만 부도의 대리 지표로 쓰면 추정 부도확률은 낮아지고, 같은 위험 허용 수준에서도 승인 가능한 차주의 범위는 넓어집니다. 심사 기준의 완화를 전제하지 않으므로 건전성과 부딪히지 않습니다. 포용과 건전성의 상충이 실은 상당 부분 측정의 문제였다는 뜻입니다.
8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경계는 분명합니다. 공개 상권 지표는 개인의 금융 이력이 아니며, 개인에 대한 승인과 거절, 금리와 한도를 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그 근거는 확인된 계약 및 상환 기록과 사업자 본인의 소명에서 나와야 합니다.
상권 자료의 자리는 그 이전 단계입니다. 심사 담당자가 이미 가진 기록 가운데 무엇을 먼저 확인하고 고객에게 무엇을 물을지를 정하는 데 쓰입니다. 실무 절차로 옮기면 네 단계입니다 — 상권의 변화를 확인하고, 관련된 기존 기록을 다시 보고,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남으면 사업자에게 묻고, 확인된 것과 확인되지 않은 것을 함께 기록합니다.
- 신용카드사 — 개인사업자·소호 카드론과 가맹점 여신. 단말 교체 여부, 임대차 만료 시점, 익월 결제의 회복 여부를 확인합니다.
- 리스·할부금융사 — 자영업 설비·상용차 여신. 설비의 실제 가동 여부, 납품과 매출 시점의 정합, 이전 후 계약의 존속을 확인합니다.
- 신기술사업금융사 — 로컬 브랜드·프랜차이즈 투자심사. 매장 이전과 사업 중단 여부, 가맹 구성의 변화,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합니다.
업권마다 확인할 기록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 차이를 지우고 하나의 점수로 통합하면, 신호는 판단을 돕는 대신 판단을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설명가능성도 요건입니다. 신용정보법은 자동화평가 결과에 대한 설명요구권과 이의제기권을 두고 있고, 미국의 ECOA와 Regulation B도 불리한 처분에 구체적 사유의 제시를 요구합니다. 논단이 단순한 형태의 추정을 유지한 데에는 이 요건이 작용했습니다 — 어떤 지표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작용했는지가 그대로 사유의 서술이 되기 때문입니다.
9남은 과제 —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논의는 한 지점에서 멈춥니다. 공개 상권 지표는 상권의 여건을 보여 주지만, 그 상권의 어느 사업자가 실제로 상환을 이행했는지는 보여 주지 못합니다. 그 사실은 회원사의 연체 기록에만 있습니다. 두 자료가 결합될 때 비로소 관측된 폐업 가운데 얼마가 실제 상환 실패로 이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논단은 그 결합 검증에 요구되는 설계 조건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 목적을 조기경보의 보조적 유효성 확인으로 한정할 것, 대조에 필요한 최소 항목으로 제한할 것, 기존 정보로 이미 알 수 있던 사실의 반복인지 확인의 순서를 실제로 바꿨는지를 구분해 측정할 것, 추가 설명력이 없거나 특정 집단에 불이익이 반복되면 중단할 것, 그리고 그 설계와 해석을 참여 회사 외부의 검토자가 확인할 것.
고지 : 이 논단의 실증분석 결과는 주식회사 RenaAi가 산출했으며, 공저자 최병근은 동사의 대표이사입니다. 수치는 공개 자료에 기반한 2026년 1분기 재추정 기준이며, 회원사 여신 자료와의 결합 검증은 논단의 시점에서 수행되지 않았습니다.
정리하며 — 구분이 열어 주는 여지
동일 업종이 밀집한 상권은 그 집적도로 점포의 존속을 뒷받침합니다. 매출의 규모보다 변동성이 위험을 앞서 알립니다. 인접 상권과 함께 흔들리는 업종이 반드시 취약한 업종은 아닙니다. 셋 모두 심사 서류에는 적히지 않지만, 그 사업자가 감당해야 할 여건을 상당 부분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자료로 할 수 없는 일도 분명합니다. 점포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관측되지만, 그 사람이 대출을 갚지 못했는지는 관측되지 않습니다. 결과가 확인되지 않거나 특정 집단에 불리하게 작동한다면 활용을 멈추고 그 사실을 기록하는 것 또한 성과입니다.
"폐업은 부도가 아니다. 이 구분이 유지될 때 상권 정보는 차주를 단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정을 파악하는 자료로 기능한다."
상권 데이터로 신용을 여는 기술 — RenaAi 대안신용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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